대미투자 핵심 ‘원전’…1200억달러 투입, 한국형 등 8기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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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상업성을 확보하기 위한 후속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산업통상부가 1일 공개한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 내용을 보면 양국은 1단계로 미국 웨스팅하우스 노형인 ‘AP1000’ 2기를 짓는다. 2단계로 AP1000과 한국형 노형인 APR1400을 각 2기씩 건설키로 했다. 마지막 단계로 AP1000 2기를 지어 총 8기의 대형원전을 세우는 사업이다.
한국은 원전 건설에 최대 1200억달러(162조4560억원)를 투입한다. 총투자비 223억달러 수준인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보다 규모가 월등하다.
먼저 건설 비용으로 1000억달러를 배정하고 200억달러는 예비비로 남긴다. 예비비 200억달러는 사용하지 않더라도 대미 전략투자 금액 총 2000억달러에 포함해 산정한다.
나아가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국내 원전업체가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의결권 확보를 목표로 한다. 공모가보다 10% 낮은 가격에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했다.
최종 합의에 이르면 한국은 원전 종주국인 미국에 최초로 건설하는 해외 노형 보유국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EPC 역량을 보유한 국내 원전업계에도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마련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뚫기 어려웠던 미국 시장에 한국형 노형이 수출되는 쾌거”라며 “미국에서 역량이 입증되면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로선 대미투자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쏟아부었다는 점에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사업이기도 하다.
다만 최종 확정까진 갈 길이 멀다. 먼저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김 장관은 “총론엔 찬성했지만 각론에 들어가야 한다”며 “미국의 구체적인 원전 건설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원전을 짓기 어려운 지역이나 용수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미국이 원전 건설을 제안하면 사업비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미국이 지정한 연방부지 내 원전을 건설하되 한국이 재요구할 수 있도록 장치를 뒀다. 미국에선 오하이오주 등 부지 후보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총사업비로 1200억달러가 지켜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 장관은 공사 과정에서 1200억달러를 넘겼을 때 어느 쪽이 초과분을 감당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귀책 사유가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와 관련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과 한수원은 상징적 수준에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는 국내 원전업계에 맡긴다는 복안이다.
김 장관은 지분 10%가 이사진이 참여할 수 있는 최소 기준이라고 언급한 뒤 “국내 기업은 더 투자하고 싶은데 웨스팅하우스에서 한국 측이 이사회까지 참여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 비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의미 있는 경영 참여가 가능한 지분율은 10%가 (최저) 마지노선”이라며 “그 아래로 떨어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에 동행한 중국 기업인들이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불참해 여러 추측이 불거졌다. 미국 측이 대미 투자에 대한 국내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반려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내부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미·중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중국 기업인들의 만찬 참석을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결렬됐다며 이유로 양측의 소통 부재와 상호주의에 대한 견해 차이, 중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에 대한 견해 차이를 꼽았다.
지난 24일(현지시간) 국빈 만찬에는 미국 주요 빅테크 업체 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앉은 헤드 테이블에는 양국의 반도체·인공지능(AI) 정책과 깊은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리사 수 AMD CEO, 팀 쿡 애플 회장 4명이 함께 앉았다.
반면 중국에선 시 주석 부부와 차이치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등 당정 고위 인사만 참석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할 당시 미국 기업 대표단이 만찬에 참석한 것과 대조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상호주의(reciprocity) 원칙에 따라 시 주석의 이번 방미에 중국 기업인들도 참여하는 방안을 먼저 제안했다. 상호주의는 시 주석이 이번 방미 일정에서 중요하게 내세운 가치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이후 상세한 공식 일정을 알려 달라는 중국 측의 요청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상호주의를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만 적용한다는 것이 미국 측의 입장이었다.
한 소식통은 기업인 만찬을 둘러싼 이견이 미·중 양국 관계의 중요한 원칙으로 규정한 ‘상호주의’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중국이 상호주의를 ‘대등’이라고 여긴 반면, 미국은 서로에게 우호적이고 이로운 거래를 하는 ‘호혜’로 여긴 것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시 주석 방미 당일인 23일 세계은행 사무실에서 중국 기업인 동석 문제를 논의했지만 중국 기업인들의 참여는 끝내 불발됐다. 중국 측은 미국 측 입장에 불만을 품었지만 시 주석의 국빈 방문 일정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 받아들였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 대한 미국 내 여론 분열이 중국 기업인들의 국빈 만찬 불참의 가장 핵심적인 이유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미·중의 투자위원회를 둘러싼 이견과 특히 중국의 대미 투자 조건에 대한 입장 차이가 남아 있어 기업 대표단 참석에 불확실성을 더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는 물론 공화당까지도 뜻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에 와서 자동차 생산 공장을 열고 싶다면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 완성차 업계 등의 반발을 불렀다.
실제 미·중 정상회담 결과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 대한 합의는 언급되지 않았다. 양국은 투자위원회를 설립한다고 밝혔으나 위원회의 구성이나 업무, 관할 등은 밝히지 않았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멸망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제 공상과학 영화의 소재만은 아니다. 최근 오픈AI와 앤트로픽에서 최전선 인공지능 모델의 사전학습 연구에 참여했던 제이컵 콕슨이 회사를 떠나면서 던진 경고는 충격적이었다. 그는 AI를 만드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이 기술이 인류 전체를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앤트로픽의 정렬 연구 책임자 에번 후빙어는 한술 더 떠서 향후 10년 안에 AI가 인류를 전멸시킬 확률을 10% 이상으로 본다고 말한다. 물론 AI의 위험을 경고한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AI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교수는 AI가 통제되지 않는다면 인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그 가능성을 10~20% 정도로 언급해왔다. 이러한 문제가 이제 더 이상 몇몇 외부 비평가의 상상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를 만드는 사람들 내부의 우려가 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우리는 그들의 경고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혹시 <터미네이터>를 너무 많이 본 것은 아닐까? ‘터미네이터’가 만들어낸 미래의 이미지는 강렬하다. 인간이 만든 기계가 지능을 획득하고,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며, 마침내 창조자인 인간을 제거한다. 이 이야기는 AI 위험을 설명하기에 더없이 편리하다. 문제는 영화가 미래를 너무 생생하게 보여주는 바람에 오히려 현재를 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2030년에 세상이 끝날 확률은 오히려 0%에 가까운데도 사람들은 왜 끊임없이 AI 종말론을 퍼뜨리는 것일까?
오늘날 AI의 가장 현실적인 위험은 로봇 군단이 거리에서 인간을 추격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채용 알고리즘이 누군가를 조용히 탈락시키고, 보험 알고리즘이 위험등급을 매기며, 추천 알고리즘이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할지를 결정한다. AI 에이전트가 인간을 대신해 컴퓨터를 조작하고, 사이버 공격의 취약점을 찾으며, 연구와 코딩을 자동화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점점 AI가 내린 결론을 검토하는 사람이 아니라 승인하는 사람이 돼간다. 우리는 어쩌면 이제까지 해왔던 일들을 인공지능에 위탁함으로써 인간 역량을 스스로 위축시키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위험들은 ‘인류 멸망’보다 훨씬 덜 극적이다. 그래서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다.
미래 위험 연출한 종말론의 역설
현재 잘 보이지 않는 위험을 보여주기 위해 우리는 종종 미래의 위험을 연출한다. 우리가 지금 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 발생한 위험을 통상 ‘리스크’라고 한다. 종말론은 현재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연출된 미래의 위험에 관한 서사이다. 종말론에는 독특한 힘이 있다. 잘 보이지 않는 희미하고 복잡한 위험을 하나의 장면으로 압축한다.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진다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추상적인 질문을 “AI가 인간을 제거한다”는 강렬한 이미지로 바꾸어 놓는다. 만약 우리가 AI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기계가 인간을 통제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종말론은 미래 위험의 연출이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역설이 있다. 위험을 지나치게 극적으로 연출하면 사람들은 위험을 더 잘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감각해질 수 있다.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확률이 10퍼센트다.” “몇년 안에 통제할 수 없는 초지능이 등장할 수 있다.” 이런 말은 처음에는 충격적이다. 하지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런 말이 반복되면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난다. 하나는 공포이고, 다른 하나는 냉소다. 사람들은 AI를 악마적인 존재로 여기거나, 아니면 “또 실리콘밸리 엘리트들이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한다”고 무시한다. 두 가지 반응 모두 좋지 않다. 공포는 판단을 마비시키고, 냉소는 위험을 지워버린다. 미래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은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보지 못하게 만들고, 어차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기술 숙명론은 현실의 문제를 무시한다. 이처럼 종말론은 우리의 시선을 먼 미래의 거대한 위험에 고정함으로써 현재 진행되는 작은 통제 상실들을 은폐할 수 있다.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것인가를 논쟁하는 사이에 우리는 더 현실적인 질문을 놓친다. AI와 자동화가 우리에게서 많은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면, 우리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AI가 사람을 채용하고 해고하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AI 기반 자율 주행 자동차가 사고를 냈을 경우 누가 책임지는가? AI가 만들어낸 허위정보와 가짜뉴스가 민주적 의사 형성을 왜곡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공지능 자율 에이전트가 허가받은 범위를 넘어 행동했을 때 누가 그것을 중단시킬 것인가? 그리고 AI가 자기 개선을 통해 스스로 다음 세대 AI를 개발한다면, 어느 지점에서 인간은 ‘여기까지’라고 말할 것인가?
“누군가 할 것”으로 책임 의식 박탈
이러한 질문들은 모두 기술에 대한 통제로 압축된다. AI 시대의 가장 이상한 풍경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몇몇 기업이 개발하면서도 그 기술을 어디까지 발전시킬 것인지 결정하는 ‘정치적 주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논의를 촉발한 사람도 인공지능 과학자였듯이 앤트로픽, 오픈AI, 구글과 같은 기업의 연구자와 경영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거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있다. 어떤 능력을 위험하다고 규정해야 하는가? 어느 정도 위험하면 개발을 중단해야 하는가? 그들은 이런 질문을 제기하면서 스스로 AI 능력의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이러한 선언이 윤리적으로 들리지만,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것은 원래 기업의 경영 판단만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핵무기의 사용 여부를 핵무기 제조업체가 결정하지 않고, 신약의 안전성을 제약회사의 선의에만 맡기지도 않는다. 항공사는 자신의 비행기가 안전하다고 스스로 선언하는 것만으로 운항 허가를 받지 않는다. 위험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기술일수록 우리는 기업의 판단 밖에 별도의 정치적·법적 판단체계를 만들어왔다. 그런데 AI와 관련해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기술을 만들고, 위험을 정의하고, 안전기준을 만들고, 스스로 평가하고,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지도 결정한다. 그리고 문제가 커지자 이제 기업들이 서로 모여 공동의 안전기준을 만들겠다고 한다.
안전의 문제가 어느 순간 정당성의 문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AI가 인간의 가치에 정렬돼 있는가”만이 아니다. AI를 만드는 기업들은 누구의 가치에 정렬돼 있는가? 정치가 사라진 자리에는 경쟁이 들어온다. 정치가 사라지면 공백이 생긴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시장과 국가 간 경쟁이다. 그래서 AI 기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한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우리가 개발을 늦추면 경쟁사가 먼저 초지능을 만든다. 더 무책임한 회사가 먼저 만드는 것보다 안전을 중시하는 우리가 먼저 만드는 편이 낫다. 미국이 멈추면 중국이 만든다. 민주주의 국가가 먼저 만들지 않으면 권위주의 국가가 초지능을 장악할 수도 있다.
모두가 이 논리를 따르면 아무도 멈출 수 없다. A사는 B사가 할 것이라고 말하고, B사는 A사가 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중국을 이야기하고, 중국은 미국을 이야기한다. 연구자는 “내가 그만둬도 다른 연구자가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모든 행위자가 합리적으로 행동하지만, 그 결과는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것이 되는 종말론적 상황이 발생한다. 이것은 AI의 통제 실패보다 먼저 발생한 인간 사회의 통제 실패다.
“어차피 누군가는 할 것”이라는 말은 결국 행위자에게서 책임 의식을 박탈한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경쟁이 그렇게 만들었다. 중국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 순간 책임지는 사람은 사라진다. AI 시대의 가장 위험한 주체는 어쩌면 초지능이 아니라 책임지지 않으려는 인간 자신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종말론이 아니라 더 많은 정치다. 인공지능 시대의 진짜 위기는 기계가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고 더 강해지는 순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자신이 만든 기술의 방향을 공동으로 결정할 정치적 능력을 잃어버리는 순간, 통제의 위기는 이미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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